[사망원인통계 해석] "4명 중 1명 암으로 사망"이라는 언론 보도의 진실
2024년 10월 4일, 통계청은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다수의 언론은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 "자살률 9년 만에 최고치", "코로나19 사망자는 급감" 등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보도 자체는 통계청 자료에 기반한 것이며 사실 왜곡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별 5대 사망원인을 보면 ‘암’이 전체 사망의 평균 22.5%를 차지해 "4명 중 1명"이라는 표현이 통계적으로 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해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4명 중 1명 암 사망’은 진실인가? 통계의 맥락을 살펴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66.7명, 즉 **전체 인구 기준으로 보면 약 0.167%**입니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 중 극히 일부만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뜻이죠. 따라서 ‘국민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인식은 오독(misreading)입니다.
통계 수치는 사망자 중에서 암이 차지하는 비중이지, 전체 인구 중 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인식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습니다.
자살률, 청소년 사망원인 1위… 그러나 언론은 왜 주목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총 13,978명, 하루 평균 38.3명에 달합니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입니다.
- 10대 자살률: 인구 10만 명당 7.9명 (전년 대비 10.4% 증가)
- 10대 5대 사망원인 중 자살 비중: 무려 46.1%
즉, 대한민국 10대 사망자 2명 중 1명은 고의적 자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2명 중 1명이 자살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언론이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켜야 할 통계에는 무관심한 채,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자극적인 '암' 통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자살 증가 원인은?
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 기준, 한국은 **24.8명(2023년)**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OECD 평균인 10.7명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며, 2위인 리투아니아(17.1명)와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으로 인해 50대와 60대의 자살이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 정신건강 악화와 가정 내 갈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언론 보도는 국민의 시선과 인식을 이끈다
통계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54%**입니다. 이는 곧 “한국인 절반은 80세 이후 사망”이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보도하는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언론이 통계를 해석하고 보도하는 방식이 **의제 설정 효과(Agenda-setting effect)**를 강하게 작동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고, 무엇을 외면하느냐는 국민의 인식과 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 통계 해석은 객관성, 언론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통계는 사실을 반영하는 수단일 뿐, 해석은 사람의 몫입니다. 언론은 통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정확한 맥락 설명과 사회적 문제 제기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특히 자살률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분야이며, 청소년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보도와 분석이 요구됩니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기 위한 '선정적 통계 인용'은 언론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언론이 본연의 책무로 돌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공익적 보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