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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구력' – 알고 보면 일본식 표현입니다

by 리더스플랜 2025. 4. 23.

소구력에 대해
일본식 표현, 소구력

우리가 무심코 쓰는 '소구력' – 알고 보면 일본식 표현입니다

요즘 정치 뉴스나 칼럼, 방송 토론을 보다 보면 “○○ 후보는 소구력이 부족하다”, “국민 소구력이 강한 메시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디선가 익숙하게 들어본 것 같고, 대충 ‘설득력’이나 ‘대중성’쯤으로 이해되지만, 이 ‘소구력’이라는 말, 정말 우리말일까요?

사실 이 표현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비표준 표현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광고업계의 전문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소구력'의 진짜 어원은?

‘소구력(訴求力)’이라는 표현은 일본어 **‘そきゅうりょく(訴求力)’**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 **광고나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구매를 유도하는 힘"**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언론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米民主党に欠ける訴求力」
(미국 민주당에 결여된 소구력)

즉,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은 마케팅 맥락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용어가 한국에서 정치, 언론, 심지어 일반 담론까지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소구(訴求)'는 전혀 다릅니다

한국어 사전에 등재된 ‘소구(訴求)’는 법률 용어입니다.

  • 사전적 정의:
    소송에 의해 권리를 행사하는 일, 즉 ‘청구권의 행사’, ‘소송 청구’라는 뜻입니다.

즉, 우리말에서의 ‘소구’는 ‘마음을 끈다’는 의미가 아니라, 법정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엄연한 법적 행위를 뜻합니다.

따라서 ‘소구력’이라는 표현은 우리 법률 체계에서는 성립되지 않으며, 의미도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도 방송, 정치, 언론 등 공적 담론의 장에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이런 표현이 문제인가?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사용하는 용어는 공적 영향력을 갖고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됩니다.
“소구력이 강한 메시지”, “청년층 소구력이 약하다” 같은 문장은 이제 마치 표준어처럼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일반 시민들도 따라 쓰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1. 언어적 혼동 유발 – 법률 용어 ‘소구’와 충돌
  2. 우리말 표현력의 왜곡 – 설득력, 공감력, 호소력 등의 정확한 표현이 있음에도 무분별한 대체
  3. 일본어투 표현의 무비판적 수용 – 문화적 맥락도 다른 단어를 이식

바르게 고치자 – 대안 표현은?

‘소구력’ 대신 다음과 같은 우리말 표현이 훨씬 정확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일본식 표현우리말 대안
소구력 있는 연설 설득력 있는 연설
청년층 소구력 강화 청년층의 공감대 형성 강화
대국민 소구 메시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

상황에 따라 ‘설득력’, ‘공감력’, ‘호소력’, ‘반향력’, ‘영향력’ 등을 적절히 선택하면 충분합니다.


마무리하며: 말은 사회의 얼굴입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합니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쓰는 한 마디의 말이 그대로 시민의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정확하고 책임 있는 언어 사용을 고민해야 합니다.

‘소구력’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필요하다면, 우리말 속 표현의 품격과 깊이에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